혹시 아이가 국제학교에서 말하기나 듣기는 현지 아이들 못지않게 유창한데, 막상 에세이나 라이팅(Writing) 과제만 주어지면 문장이 어색하거나 내용이 빈약해서 고민이신가요?
"우리 아이는 책은 많이 읽는데, 왜 글쓰기는 안 늘까요?" 정말 많은 주재원 학부모님들이 물어보시는 질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단순히 책을 '눈으로만' 읽고 있기 때문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글쓰기 실력은 '인풋(Input)'의 질이 결정합니다
뇌과학적으로 글쓰기, 즉 아웃풋(Output)은 머릿속에 저장된 단어와 문장 구조(스키마)를 조합하여 밖으로 꺼내는 매우 고차원적인 작업입니다. 양질의 인풋이 충분히 쌓이지 않으면 좋은 아웃풋이 나올 수 없죠.
아,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인풋의 '양'보다 '질'이 문제인 경우가 많아요. 아이들이 해리포터나 윔피키드 같은 흥미 위주의 소설을 줄거리만 따라가며 휙휙 읽어버리는 수동적 읽기(Passive Reading)를 하고 있다면, 그 문장들은 아이의 뇌에 글쓰기 재료로 저장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아이의 뇌가 글쓰기 패턴을 흡수하게 하려면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바로 작가의 의도와 문장 구조를 파악하며 읽는 능동적 읽기(Active Reading)가 필요합니다. 이 능동적 읽기를 습관화하는 3가지 실전 전략을 소개합니다.
쓰기로 직결되는 3단계 능동적 리딩 전략
늘리기
매핑하기
필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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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픽션 편식 멈추기, 논픽션의 맛 들이기
국제학교 저학년 때는 이야기책(Fiction) 비중이 압도적이지만, 고학년으로 갈수록 과학, 역사 등 비문학(Non-fiction) 에세이 과제가 쏟아집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키즈, 타임 포 키즈 같은 잡지나 정보성 글을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읽게 해주세요. 객관적인 사실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문장 패턴을 뇌에 입력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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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눈으로 읽은 것 '구조화' 하기
이건 좀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데요, 아이가 책을 덮고 나서 "어땠어?"라고 물으면 "재밌었어"라고만 한다면 이 방법이 필수입니다. 독서 후 포스트잇 한 장에 주인공이 겪은 '문제(Problem)'와 그것을 해결한 '과정(Solution)'을 딱 세 문장으로 적게 해보세요. 글의 뼈대를 파악하는 훈련이 곧 에세이의 개요(Outline)를 짜는 능력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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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작가의 문장 훔쳐오기 (필사와 응용)
저희 학생 중에 접속사 사용을 유독 어려워하던 아이가 있었는데요. 책을 읽다가 "Furthermore", "Consequently" 처럼 멋진 연결어나 묘사가 나오면 전용 수첩에 그대로 베껴 적게(필사) 했어요. 그리고 다음 라이팅 숙제 때 그 수첩에서 문장 2개를 무조건 응용해서 써보게 했죠. 내가 직접 써본 문장만이 진짜 내 실력이 되거든요.
결국 훌륭한 라이팅의 비밀은 '작가처럼 읽는 것'에 있습니다. 아이가 수동적인 독자에서 벗어나 단어 하나, 문장 하나의 쓰임을 궁금해하는 능동적인 독자가 될 수 있도록 곁에서 가볍게 질문을 던져주세요. 읽기가 깊어지면 쓰기는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학부모님이 자주 물어보시는 것들
영어책 자체를 싫어하는 아이는 어떻게 하나요?
무리하게 긴 소설부터 시작할 필요 없어요. 아이가 관심 있는 주제의 짧은 논픽션 기사나 도감부터 시작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에요. 공룡을 좋아한다면 공룡 백과사전, 마인크래프트를 좋아한다면 공식 가이드북도 훌륭한 영어 읽기 재료가 됩니다. 흥미 없이 억지로 읽는 100페이지보다 흥미 있게 읽는 10페이지가 뇌에 더 깊이 새겨져요.
한국어도 아직 완전하지 않은데 영어 글쓰기를 지금 해야 할까요?
흥미로운 연구가 있어요. 캐나다 언어학자 짐 커민스(Jim Cummins)의 연구에 따르면, 한 언어의 문해력은 다른 언어로 전이된다고 합니다. 즉, 한국어로 글의 구조와 논리적 흐름을 이해하는 훈련을 잘 해두면 영어 에세이에도 그 능력이 발휘돼요. 두 언어를 동시에 발전시키는 게 가능하고 오히려 권장됩니다.
학교 라이팅 숙제 집에서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요?
제일 효과적인 방법은 쓰기 전에 말로 먼저 정리하게 하는 거예요. "이 에세이에서 네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딱 이 질문 하나면 충분해요. 아이가 한국어로 말해도 괜찮아요. 머릿속 생각이 정리되면 영어로 옮기는 건 훨씬 수월해집니다. 부모님이 대신 써주는 게 아니라 질문으로 끌어내 주는 역할이에요.
아이의 영어 읽기 방식, 어떻게 점검하고 계신가요?
우리 아이는 수동적으로 읽고 있을까요, 능동적으로 읽고 있을까요? 여러분의 가정에서는 어떤 독서 루틴을 실천하고 계세요?